정년퇴직 지나도.. '황혼 노동' 내몰린 반퇴세대

작은 무역회사를 운영하던 최모(68)씨는 올 초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다른 단지 경비원으로 취직했다. 최씨는 한동안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소득이 많았지만 사업이 점차 기울어 결국 문을 닫았고, 지난 몇년간 뚜렷한 소득 없이 그동안 벌어 놓은 돈으로 지내왔다. 하나뿐인 아들은 대학원까지 나왔지만 취직도, 결혼도 늦어 최씨에게 생활비를 보내줄 형편이 안 된다. 최씨는 “아들 내외도 살기 힘들어 맞벌이하며 애들을 키우는데 어떻게 손을 벌리겠느냐”며 “경비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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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처럼 평생 몸 담았던 직장, 혹은 직업에서 은퇴하고도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고령의 노동자가 적지 않다. 내년부터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정년이 60세로 연장되지만 한국 남성의 실제 은퇴연령은 70세가 넘는다. 또 80세가 넘어도 일을 하는 가구주가 16%에 이른다. 소득이 적어 노후 준비를 못하고 노후대책이 없으니 노동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악순환 속에 한국인의 노년은 고달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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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가계복지조사로 살펴본 국내 가구 은퇴시점과 은퇴준비’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주 나이 69세 이하인 가구에서 은퇴가구의 비중은 33.6%에 불과하다. 가구주가 74세에 이르러야 절반가량(52.8%)의 가구가 은퇴하고, 80대 이상이 돼서야 은퇴가구 비중이 84.1%로 대부분 은퇴하게 된다. 바꿔 말하면 나머지 15.9%는 80세가 넘어서도 계속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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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7∼2012년 한국 남성의 평균 실제 은퇴연령은 71.1세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다른 회원국들 대부분의 공식 퇴직연령이 65세 이상인 반면 한국의 공식 퇴직연령은 60세이다. 한국 남성들은 정년을 다 채우고도 최소 11년 이상 노동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셈이다. 한국 여성 역시 실제 은퇴연령이 69.8세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김진성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50∼60대에 자신의 주 직장에서 퇴직한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소위 ‘반퇴’가 매우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외환위기 이후 60세 전후에 은퇴하는 가구가 감소하며 본격적인 은퇴시기가 늦춰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연금제도의 역사가 짧아 노후소득 보장이 되지 않는 데다 갈수록 가족들의 부양의식이 약해진 것도 고령자의 은퇴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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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찾으러…우리나라 사람의 노년생활이 고달프기 짝이 없다. 사진은 작년 4월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중장년층 취업 희망자를 위한 취업박람회’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제는 ‘황혼 노동’을 해도 한국 노인들의 가난의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8.1%(2013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령자 간 소득불평등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고령자 지니계수는 0.420으로 전체 0.302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2006년의 0.390보다 0.03%포인트 증가했다.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로, 0에서 1 사이의 값으로 분포되는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고령화의 진행 속도를 연금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중고령자(만 50세∼64세)의 노동안정성을 강화하면서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들을 위한 공적부조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재호 인구정책연구실 고령사회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급여수급 직전까지 근로활동과 국민연금 가입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중고령자의 근로활동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노동시장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며 “부족한 노후소득은 주택연금 가입 등을 통해 보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빈곤층, 실직자, 여성에 대한 국민연금 수급권을 확대해 1인1국민연금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며 “은퇴 후 소득 크레바스(은퇴 후 연금을 받기 전 소득이 없는 기간)에 대응하기 위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수미 기자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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